리뷰
 
[Phono Amp.] Monk Audio / Phono Preamplifier 하이파이클럽  2012년 11월

아날로그 맥가이버칼

글: 허영호
 
아날로그 맥가이버칼
MONK-AUDIO Phono Preamplifier
 
제품마다 개성이 강하고 매칭하는 카트리지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를 내어주는 것이 포노앰프이다. 아날로그 재생에 몰두하는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은 포노앰프보다 카트리지의 성격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은 틀리지 않다. 한편에서는 카트리지는 단지 트랜스듀서(transducer)일 뿐이고 카트리지가 잡아내는 LP 음골의 신호를 다듬어 소리로 만드는 것은 결국 포노앰프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후자의 주장에 더 많이 공감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SPU, EMT, 데논, 그리고 아케다 계열의 카트리지를 여러 개 갖고서 아날로그 재생을 하는 필자는 포노앰프도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면서 그때그때 취향에 따라 소리를 만들어 듣는다. 이게 아날로그 오디오의 재미이다. 현재 세 대의 포노앰프가 있는데 각각 세 개의 포노단을 구비하고 있으니 9개의 포노 옵션을 갖고 있는 셈이다. SME SPA 1HL, 럭스만 E06, 그리고 김태성 오디오 소네트 프리앰프 모두 각각 3개씩 포노 입력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오디오 시스템을 재정비할 때 마다 색다른 아날로그 사운드를 만드는 작업을 궁리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카트리지와 포노앰프의 조합을 새롭게 하게 된다. 보통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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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렇게 많은 카트리지, 포노앰프를 구비하고 있는 이유는 음반 컬렉션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만 오천 장 가까이 모으다보니 기계에 음악을 맞추어 듣는 바보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다양한 음악에 대응할 수 있는 기계 조합을 많이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카트리지로 풀어보자. 불레즈의 CBS 레코딩, 즉 앤드류 카즈딘의 녹음을 “참고”듣기 위해서는 토렌스 MCH-2 카트리지가 꼭 필요하고, 텔락의 오디오파일 음반에는 SPU시너지가 제격이며, 데카의 70년대 레코딩 재생에는 EMT XSD-15만한 것이 없는 것 같고, EMI 카탈로그 ASD 2000번 대의 음반을 들을 때 구형 SPU만큼 완전한 재생을 해주는 것은 없다. 여기에 가장 완벽히 대응하는 톤암이 있고, 포노앰프의 특정한 인풋이 있다. 이걸 풀어놓아도 하나의 긴 글이 될 것 같다. 오디오 평론가로서의 영업비밀(?)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아날로그 재미를 즐기고자 한다면 두세 개 정도의 포노단 옵션을 구비하고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리 과잉된 투자가 아니다. 과거에는 포노단이 프리앰프의 입력단중 하나로 구비되어 있었는데 CD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프리앰프 밖으로 뛰쳐나와 독립 오디오 기기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사실이다. 독립 오디오 기기로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기기가 등장하고, 단가도 높아졌다. 한편 포노앰프가 여러 개의 포노 입력단을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몽크 오디오의 포노앰프는 일단 소리의 성향을 논하기 전에 세 개의 입력단을 제공한다는 설계가 오디오파일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다양한 기능 즉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기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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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 오디오는 독일의 신예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는데 회사의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아도 별 정보가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포노앰프가 처녀작일 뿐만 아니라 몽크 오디오가 생산하는 단 하나의 제품이다. 본 기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날로그 오디오파일이 원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세 개의 입력단을 제공하고 있으니 세 개의 카트리지/톤암 매칭을 한꺼번에 연결해서 구동할 수 있다. MM 증폭부의 임피던스와 커패시턴스를 각각 여섯 단계로 조정하면서 튜닝을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제공되고, 두 단계 가변 게인 회로와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트랜스포머를 거치는 여부 및 조합에 따라 게인을 38db, 48db, 60db, 70db등 네 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스테레오, 모노, 좌우 채널을 따로 재생할 수 있는 스위치도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RIAA로 통일되기 이전 각 레코드 레이블이 자신만의 재생 이퀄라이징 커브를 채택해서 음반을 제작하던 시기의 음반을 최적의 조건으로 재생하기 위해 컬럼비아, 데카(ffrr), EMI, RCA(NAV/NARTB), 그리고 RIAA 커브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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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슷한 기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전설의 명기 마란츠 7, 매킨토시 C22등의 프리앰프는 몇몇 이퀄라이징 커브에 대응하는 회로를 구비하고 있다. 이퀄라이징 커브를 모든 레코드에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가변 회로 기능을 제공하는 궁극의 기기는 FM Acoustics 포노앰프일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지인의 기기를 빌려 들어보았는데 정말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어주는 최고의 기기였다고 기억된다. 또한 몇 년 전에 필자가 두 번이나 리뷰 했던 그래엄 슬리의 에라 골드/엘리베이터/재즈클럽등의 제품들도 기억난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고 이들을 조합하면 몽크오디오 포노앰프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구사할 수 있다. 한편 3개의 입력단은 어떠한가? 필자는 현재 구동하는 SME, 럭스만 포노앰프가 모두 3개의 입력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그리 낯설지 않지만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은 세 개의 입력단을 갖고 있는 몽크 오디오를 매우 신선하게 바라볼 것으로 판단된다.

몽크 포노앰프는 역시 독일 기기답게 만들어졌다. 기교를 부려 만든 기색이 전혀 없는 투박한 모습. 전면부에 볼트 나사가 돌출되어 보일 정도로 겉치레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뒷면은 한술 더 떠서 마치 동호인들끼리 공동제작 해놓은 기기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렇지만 뭔가 모르는 내공, 시쳇말로 “포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내부를 열고 들여다보니 회로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고급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사이즈는 보통 오디오 기계의 반 정도 크기이다. 파워서플라이를 스위칭 전원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노이즈 제어뿐만 아니라 소리 성향까지도 감안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참고로, 린의 과거 히트작 포노앰프 린토(Linto) 또한 스위칭 전원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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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 포노앰프를 오랫동안 집에서 들으면서 다양한 구성및 조합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스피커는 ATC SCM10, 파워앰프는 쿼드의 510 모노블럭, 턴테이블은 독일 dps 턴테이블에 네임 아로 톤암/데논 103R, 그리고 토렌스 124-2/SME 3010R 골드 톤암조합에 데논 102 모노, 오르토폰 SPU GT(반덴헐 튜닝), EMT XSD-15등을 장착해서 시청해보았다. 프리앰프의 경우 필자의 레퍼런스 첼로 팔레트 MIV로 일단 시청했는데, 모든 소리를 첼로 사운드로 물들이는 기기 특성으로 말미암아 소리의 변별성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 나중에 김태성 오디오의 소네트 프리앰프로 바꿔들었다.

소리성향은 우선 근육질의 소리를 만들어 주는 성향이라고 판단된다. 울림은 풍부하다기보다는 비교적 담백하다는 느낌을 주는, 잔근육이 잘 발달된 소리라고나 할까. 관현악의 내성부를 들려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파워풀한 투티도 인상적이었는데 다이내믹 콘트라스트가 훌륭하게 묘사된다. 아마도 이런 성향의 소리를 소위 독일 사운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는데 10여 년 전에 즐겨 사용했던 EMT 930 턴테이블, 현재 사용하는 dps 턴테이블, 그리고 몽크 오디오 포노앰프에는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독일풍 아날로그 재생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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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 포노앰프의 다양한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서 모노 음반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기능을 조정, 튜닝 해보았는데 명확한 반응을 보이면서 확실하게 소리를 바꾸어주고 있다. 토렌스124/SME 3010R에 데논 102 모노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오랜만에 토스카니니의 명연주 베르디 팔스타프 (RCA LM6111)를 들어보았다. 이퀄라이징 커브 스위치를 NAB/NARTB, 하이게인 MM 48db로 해놓고 들어보니 그동안 통상적 RIAA 커브로 들었던 레코드 재생 때보다 훨씬 대역이 넓고 다이내믹이 훌륭한 사운드를 내어준다. 캐퍼시턴스 보다는 임피던스를 조정하는 게 소리변화의 폭이 넓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내친김에 토스카니니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꺼내어 (RCA LM6901) 3번 교향곡도 들어보았는데 그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다시금 느끼는 감동, 모노 레코딩 재생의 가능성을 새삼 인정하게 되는 대목이다. 몽크 포노앰프가 다양한 모노 음반을 즐기는 애호가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는 토렌스 턴테이블에 카트리지를 SPU GT(반덴헐 튜닝)로 바꾸고 초기 스테레오 레코드를 들어보았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들려주었다. 게오르그 솔티가 1970년 시카고 교향악단 감독을 맡으면서 첫 녹음으로 내놓은 말러 교향곡 5번을 들어보았는데 (London CSA2288) 이퀄라이징 커브를 ffrr에 맞추어 놓으니 데카 70년대 초기 레코딩 특유의 지나치게 벙벙거리는 저역을 가다듬어 놓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죠지 셸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 결과를 들려준다. 스테레오 초기 레코딩으로서 콜롬비아가 아닌 에픽 레이블로 출반된 음반인데(EPIC BC1272) 이 또한 이퀄라이징 커브를 Columbia에 맞추어 놓으니 디폴트 RIAA 커브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어준다. 모노뿐만 아니라 스테레오 초기 레코딩 재생에도 레이블에 따라 재미있는 튜닝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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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디지털 레코딩 시대에 들어서 제작된 음반의 재생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dps 턴테이블/네임 아로/데논 103R 세트로 앙드레 프레빈이 LA 필하모닉과 1985년에 녹음한 프로코피에프 5번 교향곡 앨범을 들어보니 (Philips 420 172) 1악장 피날레에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포르테로 연주하는 무지막지한 투티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말끔하게 음악을 재생해주고 있었다. 포노앰프 특유의 기름기 없이 담백한 소리 재생과 함께 네임 톤암 특유의 산뜻함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이상적인 결과라고 하겠다. 이 대목에서 데논 103R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않은채 트랜스듀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냄새” 없이 음악을 재생해준다는 것이 많은 오디오파일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사용하기 쉽고, 튜닝이 간단하고, 용도도 다양한 포노앰프이다. 다양한 음반을 들어보며 소리를 튜닝 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이 포노앰프만 있다면 제대로 재생 못할 레코드는 없다고 확신한다. 캐퍼시턴스와 임피던스를 조정하여 튜닝 하는 놀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고급 MM 카트리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입력이 세 개. 아날로그 놀음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이다. 뭔가 한마디로 이 기기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아날로그 오디오파일의 맥가이버칼”이라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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