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LP Player] SOTA / COSMOS Series IV 하이파이클럽  2012년 11월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한 전통의 명기

글: 허영호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한 전통의 명기
SOTA COSMOS series IV turntable
 
미국 중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턴테이블 전문 제작 업체 소타는 지난 1977년 회사 설립 이래 35년간 다양한 턴테이블을 디자인, 생산하는 오디오 브랜드이다. 그동안 제품의 콘셉트를 거의 바꾸지 않고 꾸준하게 턴테이블을 만들어왔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모스 시리즈 또한 첫 등장이후 여러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시리즈 4로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제품의 기본 디자인을 바꾸지 않은 채 지속적 개발을 통해 제품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수십 년 동안 동일 모델 제품의 전통을 이어 내려오는 턴테이블 브랜드로는 영국의 린, 캐나다의 오라클 등을 들 수 있다. 소타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저력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소타의 턴테이블은 국내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명기로 인정받고 있는 기기라고 하겠다. 1990년대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오래된 오디오파일에게는 굳이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특히 소타와 SME V 톤암의 매칭은 -당대에는 여기에 고에츠 카트리지를 달아서 궁극의 아날로그 시스템이라고 했었다- 아직도 교과서적인 조합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타의 성공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다양한 기술적인 특성 덕분에 한국적 오디오 시청 환경에서 큰 환영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소타 턴테이블의 기술적 특성은 (1) 서스펜션 스프링, (2) 진공흡착 플래터, 그리고 (3) 특수재질의 플래터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겠다.

 


 
우선 서스펜션 스프링이 무엇인가를 정리해본다. 기본적으로 턴테이블, 특히 플로팅 방식의 턴테이블에서 스프링의 사용은 기본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플로팅 디자인은 스프링에 누르는 압력을 가할 때 일어나는 스프링 고유의 탄성변형을 이용해서 완충효과를 얻는 방식 (compression style) 을 취한다. 반면에 소타 턴테이블에 적용되는 플로팅 기술은 소위 서스펜션 스프링이라는 원리인데, 쉽게 말해서 스프링에 압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상 물체를 스프링에 달아서 늘어뜨림으로서 물체의 질량을 이용해서 완충효과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extension style).
 
이것은 토렌스 124 턴테이블에서 모터를 본체에 달아놓은 원리와 유사하다고 하겠는데, 소타는 이러한 원리를 사용해서 플로팅 방식을 이루게 되면 외부 진동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톤암과 턴테이블의 상호 밸런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소타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 많다. 린 LP12를 사용할 당시 정확한 플로팅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 끙끙대며 고생한 경험, 오라클 프리미어를 사용할 당시 무거운 SME V암을 사용하면서 정확한 저역 주파수 Q 포인트가 잡히는 높이를 맞추기 위해 흘린 땀을 생각해보면 소타의 익스텐션 스프링 응용원리가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이라는데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기술 특성은 진공흡착 플래터이다. 레코드와 플래터를 완벽하게 밀착시킴으로서 불필요한 공진을 제거하겠다는 시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과거부터 통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레코드 클램프, 스태빌라이저를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무게를 주는 것이다. 오라클은 특수고무재질의 매트와 잠금 방식의 스태빌라이저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면서 완벽한 밀착을 이루어냈다. 반면 린, 레가, 록산등의 영국 턴테이블 회사는 지나친 밀착이 오히려 소리에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두꺼운 천이나 펠트 등의 매트위에 레코드를 사뿐히 올려놓고 별도의 클램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왔다.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레퍼런스 턴테이블 마이크로 세이키 1500VG도 소타 코스모스 턴테이블과 마찬가지로 진공 흡착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흡착을 통해 플래터와 레코드의 완벽한 밀착을 이룬 상태에서 음반을 시청해보면 사운드 스테이지의 배경이 깨끗해지면서 각 악기군의 음상이 명료하게 초점이 맞는 효과를 내어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타 턴테이블의 세 번째 기술 특성은 특수 재질의 플래터이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강성, 연성 재질을 샌드위치로 쌓아 올려 플래터를 제작함으로써 댐핑 효과를 극대화하여 불필요한 공진, 진동으로부터 레코드, 카트리지를 보호하는 효과를 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레코드와 접촉하는 플래터의 최상위는 아크릴 재질이 담당하게 된다. 한편 턴테이블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관성극대화, 즉 플라이휠 효과를 위해서 플래터 질량의 60%를 외주 쪽에 두고 있는데, 이는 다른 브랜드의 턴테이블에서도 공히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제작된 코스모스 시리즈 4는 플래그십 밀레니아 턴테이블의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제품으로서 소타의 기술력이 집약된 핵심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 스펙을 살펴보면 4개의 익스텐션 스프링이 서브 새시를 매달아 놓은 형식의 플로팅 프레임 (저역 Q 포인트를 2.55Hz로 플로팅 해놓았다), 12파운드 무게의 주조 플래터가 주축이 되고 전자 제어 방식의 진공흡착 메커니즘과 벨트 드라이브 고급 모터를 구동하는 파워 서플라이는 분리되어 있다.
베어링 부는 사파이어, 지르코늄 등의 재질로 제작되어 있고 플래터는 아크릴 비닐 재질, 정전기 방지 처리가 되어 있는 댐퍼 매트, 그리고 레코드 흡착에 필요한 실리콘 재질의 날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리즈 4가 되면서 메인 새시와 모터부의 진동 방지 댐핑재가 업그레이드되었고 벨트 교체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몇 가지 기능이 부가되었다고 하는데 과거 모델과 비교해서 볼 때 기본적인 핵심기술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턴테이블의 시청을 위해 하이파이클럽 리스닝룸에 매칭된 시스템은 그리폰의 원브랜드 풀 시스템으로서 메피스토 파워 앰프, 판도라 프리앰프에 트라이던트 스피커가 매칭이 되었다. 포노 단에는 그리폰의 레가토-레거시라는 모델의 전용 포노앰프를 사용했는데 풀 밸런스, 듀얼 모노 형식의 최고급 제품으로서 과거 1990년대에 전설의 명기로 알려져 있는 그리폰 포노단 (모델명 2R)을 업그레이드 한 제품이다. MM/MC 모두 사용가능하고, 게인 및 임피던스 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단품기기로의 범용성도 훌륭한 제품이라고 판단되었다.
 
톤암은 소타 턴테이블과 상성이 좋다고 인정받고 있는 SME V를 장착하였고 카트리지는 에어 타이트의 PC-1 모델을 매칭하였다. 카트리지는 0.6mv 출력에 임피던스도 2.6옴이라서 구동하는데 까다로운 점은 없다. 미국 턴테이블, 영국 톤암, 일본 카트리지, 덴마크 포노앰프의 조합이 되었는데, 실로 다국적 연합군의 매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한 음반은 다음과 같다.

●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로린 마젤 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TELARC 10042
●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지휘,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heffield LAB-8
●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캐롤 로젠베르거 (피아노), 스테판 번스 (트럼펫), 제러드 슈왈츠 지휘, LA 챔버 오케스트라: DELOS DMS3008
● Queen "The Game" (1980): Elektra 5E-513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소르크스키를 들어본 첫 인상은 음악의 근육을 발라내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근육이 아닌, 몸체 깊숙이 숨어있어 여간해서는 밖에서 볼 수 없는 근육을 묘사한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총주대목을 들어보면 관악부의 화음 연주 같은 것을 대담하게 그려낸다. 여간해서는 들리지 않지만 오케스트레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것, 이는 사람의 몸에서 허벅지의 내전근과 같은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올바른 체형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근육인 것이다.

한편 웨이브 키네틱스 턴테이블이 내어주는 소리와 비교하면 소타의 특성은 “화려함”이라는 개념으로 다가온다. 내어주는 소리의 소노리티에는 묘한 그 무엇이 있는데, 엷은 고동색으로 그려내는 어두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두운 숲에 깊숙이 들어가는 길목의 암흑이 주는 두려움? 그런 묘한 분위기를 잡아내고 있는데 이는 소타 턴테이블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에어 타이트 카트리지와 그리폰 포노앰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세계라고 판단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Queen의 앨범을 들어보니 적당하게 착색이 들어간 분위기를 내어주어 전자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Play the Game"을 들어보니 베이스 기타 멜로디 라인도, 중간에 등장하는 신세사이저의 음향효과도, 이 앨범이 프로듀서의 다양한 연출기법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다소 클럽 풍으로 울리는 배음도 인상적이었다. 다소 과장이 가미된 소리라는 것은 고전음악 관현악을 들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코피에프는 실제 이상으로 흥겹고 신나면서, 웅장하다.
 
 
소타 턴테이블이 내어주는 이러한 소리를“오디오 기술“적인 언어로 설명한다면, 우선 저역대의 분해력이 좋아서 약음의 모멘텀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리듬감과 페이스가 훌륭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 사운드 스테이지를 넓게 벌려 놓음으로서 공간감과 배음이 풍부하게 표현된다는 점, 그리고 라우드니스”가 좋아서 소리를 뱉어내는 기량이 좋다는 점으로 요약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금 등장한 전통의 명기 소타. 필자로서도 오랜만에 들어보게 되었는데 그 명성에 걸 맡는 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오리지널 모델이 등장하고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기준으로도 전혀 구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기술적 특성을 기반으로 생생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재생해주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