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LP Player] SOTA / Nova Series V 월간오디오  2012년 7월

LP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아서

글: 이종학
 
 
한동안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붐이 분 적이 있었다. 최첨단 소재와 진동 공학 심지어 항공 우주 산업에나 쓰이는 기술을 동원해서 거창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이런 열기가 다소 잠잠한 편이다. 대신 LP를 듣는 이들의 감성이나 목적에 어울리는 제품들이 조금씩 주목을 받는 상황이라 하겠다.

대체 왜 LP를 들을까? 신보는 구하기 힘들고, 냄새나고 먼지가 가득한 중고를 사서 기어코 듣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많은 답변이 존재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럽고 친근한 음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LP의 장점을 최첨단 기술과 공존시킨 회사가 바로 소타라 하겠다.

한동안 소타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진공 흡착기를 이용해서 LP를 플래터에 완전히 밀착시키는 부분은, 좀 심하게 휜 LP를 가진 분들에겐 특효약이나 마찬가지였다.
 
LP라는 게, 기본적으로 레코드의 그루브를 스타일러스가 얼마나 정확히 지나가느냐가 관건인 만큼, 이런 발상은 일종의 콜럼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측면이 있다. 모두가 플래터니 진동이니 암의 구조니 하는 부분에 신경쓸 때, 이와 커플링되는 LP 쪽에 손을 댄다는 발상,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이제 오랜만에 대하는 소타는, 벌써 30년쯤의 연혁을 가진 중견 회사로 자리 잡은 터다. 생산 및 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은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워스(Worth)라는 곳으로, 아주 작은 마을로 추정된다.
 
이곳에 1997년에 정착한 후, 안정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내놓은 바, 현재 약 14종의 제품들이 런칭되어 있다. 이중 최상위는 밀레니아와 코스모스가 있고, 밑으로는 문빔과 코멧이 있다. 가격으로 치면 거의 10배의 차이가 나는데, 그만큼 제품군이 다양하다고 하겠다.
 

이번에 만난 노바(Nova)는 이중에 위로는 3번째 서열이고, 가격대는 중간쯤에 해당한다. 단, 우리에게 인기가 높았던 스타라던가 사파이어의 위 기종 이므로, 성능에 대한 면은 단단히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일단 외관만 보면 아, 소타구나 싶을 만큼 변함이 없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개량이 이뤄져, 이런 눈에 띄지 않는 부분들이 본 기를 더욱 뛰어난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우선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이중 섀시가 눈에 들어온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서브 섀시 위에 플로팅 방식으로 제작된 메인 섀시가 얹힌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외부의 진동에 상당히 강하며, 플로팅 방식 특유의 개방적이고, 디테일한 음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플래터는 내부에 댐핑 처리된 가운데, 멀티 레이어로 접합되어 공진에 강하다. 또 그 위에 얹힌 매트는 동사의 비닐 포맷 매트로, LP의 재질과 자연스럽게 융화가 된다. 이 매트는 동사 특허의 기술이기도 하다. 플래터와 연결된 샤프트는 강화 스틸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뛰어나며, 이와 접합되는 베어링의 경우 원자로에 쓰이는 소재를 동원했다. 강한 내식성을 자랑하는 지르코늄 소재로 만든 것이다. 전술한대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엄청난 기술과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모터는 매우 효율이 높고 제어가 잘 되며, 이를 위해 하이 스피드하게 작동하는 파워 서플라이를 붙였다. 턴테이블의 경우, 모터의 성능에 좌우되는 부분이 많아, 이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암 보드는 단순 목재가 아닌 복합 물질을 사용한 바, 아무래도 암의 종류나 재질에 따른 공진을 최대한 피하는 이점이 있을 듯싶다.
한편 본 기의 장점 중 하나인 진공 흡착기의 경우, 스스로 센서 처리해서 LP의 상황에 맞춰 강약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LP의 휨 정도나 재질에 따라 흡착의 강약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고, 이 부분을 알아서 하도록 처리했으니 유저 입장에선 여러모로 반갑다.
 

사실 본 기의 가장 큰 장점은 세팅이 쉽다는 것이다. 그저 암 정도만 조절하면 뭐 만질 것이 없다. 참고로 본 기엔 SME의 시리즈 V 톤암이 장착된다. 이 암의 성능이나 명성을 고려하면 본 기와 최상의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시청을 위해 다질의 프리 및 458 파워에 ATC의 EL150을 걸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요였다. 물론 카라얀의 휘황찬란한 음향이나 전성기 데카의 카리스마 넘치는 다이내믹스 등도 뛰어났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 특히 흥미를 끈 것은 패티 김의 낡은 레코드였다. 몇 십 년 만에‘별들에게 물어봐’를 들었는데, 이 곡에 사용된 리듬이 맘보임을 처음 알았다.
다채로운 퍼커션과 혼 섹션의 도입은,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 특히, 개성 넘치는 패티 김의 목소리는 공간을 완전히 장악할 만큼 압도적이다. 바로 이런 맛으로 LP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노스탤지어와 추억과 사연을 뺀다면, 왜 낡은 레코드를 사서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단 말인가? 그 점에서 본 기는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