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에 관한 모든 기술력의 집합체 후루텍
 
작성자 : 이종학

아마 방문 회수로만 친다면 내겐 도쿄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때 1년간 체류한 적도 있었고, 최근에는 매년 방문한 듯하다. 그래서 이젠 도쿄에 갈 땐 부산이나 광주를 가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나리타 공항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힘들다. 이번 후루텍 본사의 방문은 급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전화를 받은 지 5일 만에 출국하게 되었다. 덕분에 인천 공항에서 뜬 시각은 오전 8시. 다시 말해, 꼭두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나리타에서 숙소인 시나가와 호텔로 가는 리무진 버스 10시 45분발을 탈 수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든 비용만 3천엔. 우리 돈으로 4만원이 넘는 돈이다. 확실히 일본 물가는 상당하다. 벌써부터 긴장감이 밀려온다.
 

도쿄에는 신주쿠라던가, 시부야, 도쿄 역 등 어마어마하게 붐비는 곳이 참 많다. 고층 빌딩도 많고, 인파도 상당하다. 희한한 숍이나 묘한 구조물 등 볼거리도 꽤 된다. 20년 전 처음 왔을 때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방문할 때마다 뭔가를 얻는 것은 사실이다.
 
그 중 이케부쿠로나 시나가와는 부도심에 속한다. 즉, 신주쿠나 도쿄역에 몰려있던 교통편을 정리해, 이른바 분권화를 이룬 것이다. 파리나 마드리드 등이 여러 개의 기차역을 운영하며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시나가와 지역에서 머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낯설었다. 일단 작은 주택이나 상가가 밀집한, 전형적인 도쿄 뒷골목의 모습이 없다. 그냥 빌딩숲이고, 오피스 타운이다. 정말로 멋대가리 없는 곳이다. 하다못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오뎅이나 라멘을 파는 풍경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덕분에 첫날은 그냥 주변 상가나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동행한 분도 실망한 눈치인지 “뭐, 전통 시장과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라며 한 말씀 하신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신주쿠나 시부야쪽이 재미있기는 하다.
 

시나가와는 JR선이 다니고 인근의 무사시노나 요코하마로 가는 철도편도 마련되어 있다. 서울로 치면 부천이나 부평과 같은 지역에 가는 출발점인 셈이다. 덕분에 늘 역 앞은 인파로 붐빈다. 역 자체의 규모도 엄청나서, 지하철뿐 아니라 다양한 국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첫 날 구경할 곳이 오로지 역뿐이어서, 하는 수 없이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이 났다. 당시 하도 시나가와, 시나가와 해서 한번 와봤다가 한 바퀴 휙 둘러보고 얼른 다른 지역으로 갔던 것 같다. 그만큼 볼 게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지금도 별로 달라진 바는 없다.

한데 역 한 구석에 <딘 앤 델루카>라는 델리가 들어왔다. 뉴욕을 본점으로 한 이태리 식품 체인점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를 구경하다가 주변 상가를 뒤져보니 의외로 볼 게 많았다. 그래봐야 먹거리 코너나 서성거리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쪽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아서 연신 셔터를 눌렀다. 특히, 칼로 세귀와 같은 와인이 하프 보틀로 팔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참, 도쿄는 겉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도시는 아니다. 이렇게 소프트 웨어를 직접 접해봐야 한다.

심지어 한쪽 벽을 가득 장식한 각종 향신료 병들의 행렬은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도시락 코너에 가면 흘러내리는 군침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기가 진다. 이때 진짜 일본에 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미덕에 눈을 돌리자. 바로 이자카야다.
 
사실 이자카야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딱히 어디를 골라야 할지 망설일 정도. 그러나 어디든 들어가면 기본 카테고리는 비슷해서, 몇 번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뉴를 익힐 수 있다. 처음에 꼬치와 오뎅 모듬을 시키고, 오코노미야끼와 다코야끼도 빼놓을 수 없다. 덴푸라는 어떤가? 닭다리 튀김에도 눈길이 간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시켜 먹으면서 사케를 마시다 보면, 확실하게 도쿄에 왔다는 감이 온다. 가벼운 취기와 함께 기분도 좋아진다. 이렇게 첫날을 보냈다.

왜 하필이면 신주쿠나 시부야가 아닌 시나가와에 왔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인근 고탄다 지역에 후루텍의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 방문이 목적인 만큼, 숙소는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잡아야 한다.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사실 후루텍 본사엔 오피스와 시청실 외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간단하게 케이블을 제조하는 장면조차 찾아볼 수 없다. 실제 공장은 대만에 있는 터라 여기서는 완성품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케이블 회사들은 제작 공정 자체를 공개하기 꺼린다. 약간의 노하우만 밝혀져도 경쟁자들이 만세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오디오 컴포넌트와 달리 비밀 엄수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후루텍에서 생산하는 각종 단자와 악세서리의 특징을 알게 된 것은 이번에 큰 수확이다. 그간 케이블 하면 어떤 선을 쓰느냐, 피복은 뭘로 하느냐, 어떤 논 솔더링 기법을 쓰느냐 정도가 주류였다면, 이번 방문은 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특히 단자에 대해선 배운 게 많았다. 그러므로 꼭 후루텍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내용은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로 겉보기와 다르다. 따라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눈을 크게 뜨고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런 감흥이나 교훈을 얻을 수 없다. 미국처럼 광대한 국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럽처럼 고풍스런 건물이 가득한 곳도 아니다. 하지만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소프트 웨어를 중심으로 한다면,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여담이지만 이번 방문에서 우연히 들린 시부야의 타워 레코드에서 월척을 낚았다. 그간 꼭 사고 싶었던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명반 몇 장을, 그야말로 헐값에 구했던 것이다. 버드 생크, 로렌스 머러블, 찰리 마리아노, 커티스 에이미, 클레어 피셔, 로린도 알메이다 ... 지난 20년간 일본 재즈 잡지를 보면서 군침을 삼켰던 음반들을 사서, 글을 쓰는 지금 BGM으로 틀어놓고 있다. 눈을 감으면 짧지만 알찼던 이번 방문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런 기세를 몰아 후루텍에서 보고 배운 것을 정리해본다.



고탄다로 가기 위해 나는 택시를 잡았다. 먼저 수입상 일행이 가서 간단하게 미팅을 한 후, 내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3월 중순이라 날씨가 오락가락했는데, 방문 당일엔 쾌청했다. 차 안에서 둘러보니 이 부근이 대부분 오피스 타운이라, 높은 건물들이 많았다. 차량 정체도 가끔 벌어졌다.



후루텍이 있는 지역은 그래도 작은 골목이나 오래된 가게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다시 말해 도쿄라는 느낌이 좀 풍기는 곳이다. 낡은 구멍 가게를 보니 왠지 반가웠다. 후루텍의 명패를 보니 5층짜리 건물의 3층과 4층을 쓰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 한 잔을 한 후, 잠시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겠지만 프랭크 하야마(Frank Hayama) 부사장은 실질적으로 CEO 역할을 하고 있고, 통역 및 해외 마켓팅을 위해 일하는 뉴질랜드 분인 그램 콜리(Greame Coley)씨가 동석해서 여러 부분에서 도왔다. 점심 식사를 위해 후루텍이 안내한 곳은 인근의 커다란 호텔로, 내부에 벚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직 철이 아니지만, 안이 따뜻한 지라 벌써 아름답게 핀 꽃봉오리가 마음을 들뜨게 했다. 곧 봄이 오는구나!

 


일행과 식사를 한 곳은 뷔페 식당.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방문한 관계로, 각자 취향에 맞게 골라 먹으라는 뜻이리라. 점심시간이긴 했지만 꽤 손님이 많았고, 음식 역시 훌륭했다. 대부분 비좁은 공간을 알뜰하게 쓰는 일본이지만, 이 호텔만은 널찍하다. 군데군데 가져다 놓은 장식물들에도 깊은 역사가 배어있는 듯 보였다. 역시 문을 열고 들어가야 일본은 베일을 벗는 나라다.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여 보자.



이제 본사로 돌아와 시청실 겸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시청용 기기들. B&W 스피커와 아큐페이즈 앰프의 콤비는 일본에서는 하나의 정석.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케이블, 악세서리 등이 투입되어 테스팅이 이뤄지리라. 공간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기기 자체들의 퀄리티가 높아 테스팅 작업에는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제 후루텍의 여러 제품들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진행은 하야마씨와 콜리씨 두 사람이 함께 했다. 콜리씨가 일반적인 설명을 하고, 하야마씨가 보충하는 식이다.

처음 언급한 것은 어스 점퍼 테크닉. 사실 어떤 단자건 위 아래 짝을 맞춰 결합시켜야 함으로, 어떤 식으로든 나사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투입된 여러 개의 나사가 일종의 자기장을 형성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각각의 스크류에 어스 점퍼를 연결해서, 근원적으로 왜곡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무릎을 탁 친 부분이다.



이번에는 스태빌라이저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우리는 단순히 LP 음반을 플래터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만을 생각하는데, 이 제품은 다르다. 이 회사가 고안한 “플로팅 필드 댐퍼” (Floating Field Damper) 테크닉에 의해, LP를 회전시키면서 발생되는 진동을 교묘하게 흡수해 열로 발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태빌라이저 내에 카본 파우더와 세라믹 나노 사이즈의 파티클을 투입해서 진동을 화학적인 방식에 따라 열로 날리게 하고 있다. 후루텍은 이 물질을 피에조(Piezo)라고 부른다.



후루텍의 플로팅 필드 댐퍼의 기술은 여러 군데에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에 해당하는 것이다. 동사에서 만든 여러 DAC 제품의 밑바닥에 붙이는 발에 이런 기술을 접목시켜, 당연히 진동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억제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백미를 이루는 것은 바로 EMI 필터. OCC 커퍼 선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엔 어스 점퍼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 피에조를 투입해 EMI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는 전원 코드에 연결해서 사용한다면 그 성능에 깜짝 놀랄 것이다.



단자를 조이는 방식에 있어서도 후루텍은 독자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단순히 위 아래 파트를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댐핑 효과까지 노리는 것이다. 당연히 진동에 강해서 역시 왜곡 억제에 큰 역할을 한다.


앞서 소개한 플로팅 댐퍼 기술의 일환으로 제조된 제품으로, 덮개 부분을 카본 파이버로 만들었다. 한편 이 물질은 각종 커넥터에도 적용되는 바, DIN, RCA, XLR 공히 쓰이고 있다.



현재 후루텍에서 제조하고 있는 케이블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제일 상급의 플럭스(Flux)부터 레퍼런스 2 그리고 에볼루션 2로 이어진다. 여기에 모두 투입된 것이 더블 실디드(Double Shielded)라는 테크닉이다. 1차 실딩은 선재를 피복하며 이뤄지고, 이후 카본 파이버를 동원해서 2차 실딩이 이뤄진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다.



선재 중간에 자리한 커다란 박스는 결코 폼으로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에볼루션 시리즈엔 작은 것이 투입되었지만, 플럭스에는 상당한 크기의 박스가 부착되어 있다. 이 내부를 보면 작은 크리스털에다 복합 물질을 뿌려서 신호 전송에 악영향을 주는 EMI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플럭스와 레퍼런스 2 클래스의 제품을 보면, 각각의 단자에 로듐을 코팅했다. 이것은 무려 20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로, 무엇보다 로듐이 음질을 아주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 순동에 로듐을 입혀야 하는데, 워낙 순동이 약한 관계로 로듐을 입히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알파 OCC로 제작된 선재는 저역 재생에 유리하고, 로듐은 고역의 디테일 묘사가 좋으므로, 양자의 결합은 말 그래도 윈 윈인 것이다.

참고로 바이 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고역용과 저역용을 구분해 놨다. 0.16mm 두께의 선재를 25개 가닥으로 엮어서 하나의 번들을 만들고, 이를 6개의 대칭 구조로 한 것이 고역쪽이라면, 역시 같은 두께의 선재를 41개 가닥으로 엮어서 만든 번들을 역시 6개 투입해서 대칭 구조로 만든 것이 저역쪽이다. 이렇게 가닥의 수를 조정해서 고역과 저역의 특성을 구분한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악세서리 코너의 소개. 우선 언급된 것은 PC-2라는 클리너다. CD나 DVD의 표면에 붙어있는 정전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온과 여러 효소의 결합체로 이뤄진 제품이다. 생산 과정에 있어서 일체의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므로, 일종의 친환경 제품이라 해도 좋으리라.



이것은 나노 리퀴드(Nano Liquid)라는 제품으로, 기본적으로 커넥터에 붙어있는 찌꺼기나 공기 방울 등을 제거한다. 따라서 좀 오랜 기간 사용한 케이블이라도, 본 기로 청소를 하면 상당히 명징하고, 대역이 넓어진 음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실내에 정전기가 많이 떠돈다. 특히, LP, CD, DVD 등에 붙은 정전기는 당연히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바, 디스탯 2(Destat 2)라 명명된 본 기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효능이 있다. 사용법도 간단해서 전원을 켠 후 해당 면 위에 10초 정도 둥글게 선을 그으며 움직이면 된다. 참고로 CES 쇼에서 후루텍의 부스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이것으로 정전기를 제거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정전기를 읽어내는 장치로, 후루텍의 제품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아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즉, 앞선 악세서리를 쓰기 전과 후를 정확히 수치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스태틱 리더(Static Reader)인 셈.



CD 클리너의 일종으로, 역시 정전기를 제거하기 전과 후를 직접 시연을 통해 비교해봤다. 사실 이런 류의 악세서리 효과에 회의적인 분들도 많지만, 직접 시험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효과가 크다.



LP 애호가의 경우, 카트리지와 셸이 의외로 빈약하게 제조된 리드 선에 의해 연결된 점에 놀랄 수도 있겠다. 이때 본 제품을 교체할 경우, 당연히 음도 좋아지지만, 일단 튼튼하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그간 아날로그 관련해서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었지만, 이런 리드 선까지 제조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드디어 후루텍도 애플 관련 케이블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흔히 사용되는 USB 케이블뿐 아니라 다양한 접속 단자를 장착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곧 애플의 인증을 받으면 시장에 출하할 계획이란다.



후루텍의 자회사 ADL(Alpha Design Labs)에서 발매한 GT 40이란 제품은 아날로그 팬들이라면 주목할 내용이 많다. 즉, LP에 담긴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해서 저장한다는 발상으로, 그 과정에서 24bit/96KHz의 스펙을 갖는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고음질 파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LP를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하겠다.



이제 주요 제품의 소개가 끝나고, 시청실 주변에 설치된 전시물들을 몇 장 찍어봤다. 동사는 CES뿐 아니라 뮌헨 하이 엔드 쇼, CEDIA 등에 단골로 출전하는 메이커로, 아프리카나 중남미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과연 세계적인 메이커라 칭할 만하다.



이것은 크루즈(Cruise)란 제품으로, 휴대용 해드폰 앰프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쓰기 편한 데다가, 24bit/96KHz 신호까지 대응하므로, PC에 저장된 고음질 파일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 해드폰 유저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양질의 해드폰 앰프를 사용할 경우 얻는 음질상의 이득은 가격대비 대단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에스쁘리(Esprit)라 명명된 이 제품은 DAC 및 디지털 프리앰프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24bit/192KHz의 신호에까지 대응할 뿐 아니라, 해드폰 단자도 나 있는 프리앰프라,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지터를 저감시키는 클락까지 투입되어 많은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듯 싶다.



이제 주요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커피 한 잔 하면서 인터뷰에 들어갔다. 후루텍의 부사장으로 소개된 프랭크 하야마 씨(55세)는 실질적인 이 회사의 오너이면서 또 창업자이기도 하다.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이 메이커의 전부를 이 기회에 모두 파악하긴 힘들었지만, 아무튼 기본이 되는 정보는 충분히 전달되리라 믿는다.

-이렇게 직접 시청실에서 찾아뵙고 인터뷰를 해서 무척 기쁩니다.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FH : 저는 타이완의 타이페이에서 출생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일본에 건너오면서, 결국 지금까지 여기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고교 졸업 당시 일본은 아시아에서 모든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을 배우자, 라는 열풍이 불 정도였죠. 그에 따라 소피아 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었던 바, 전공은 관리쪽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후루텍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FH : 제가 졸업 후 취업한 곳은 후지 전기였습니다. 이른바 후지텐키라 불리던 곳이죠. 이때 후루가와(Furukawa)라는 큰 회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지금도 전기 전자 계통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주선에 쓰이는 부품도 만들 정도로 거대 기업이죠. 이곳에서 만든 케이블을 외국에 파는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만든 케이블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죠?

FH : PCOCC라는 케이블 선재를 아는지 모르겠군요. 이것은 1987년 경, 지바 대학의 오노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일종의 단결정 컨덕터라 부르면 될 것입니다. 이 기술을 응용해서 후루가와에서 케이블을 제작한 것이죠. 그러다 저는 회사를 인시너(Inciner)라는 곳으로 옮기게 됩니다. 이 회사의 오너는 모리노씨로, 여러 일본 제품의 국제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제가 후루가와 케이블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루가와와 다른 접근법으로 PCOCC 선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길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모리노씨에게 제안해서 후루텍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제가 추구하는 방법론으로 후루가와의 선재를 다듬었습니다.

-그럼 지금도 인시너와 관계가 있는 모양이군요.

FH : 아직도 모리노씨가 사장 명함을 갖고는 있지만, 보름에 한번 정도 방문해서 차나 마시는 식입니다. (웃음) 그러나 어드바이저로서, 일정한 지분을 투자한 분으로서 후루텍과 관계하고 있죠.
-그래서 하야마씨 명함에 부사장이란 직함이 붙은 것이군요. 그런데 지금 후루텍은 커넥터 메이커로 상당히 유명합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요?

FH : 차츰 케이블에 대해 공부해보니, 선재보다 단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저희 회사엔 수많은 오디오파일이며 평론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커넥터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죠. 지금은 전세계 많은 오디오 회사들이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만든 모든 제품엔 그 각각의 노하우가 있고, 제작 일화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몇 분 정도가 후루텍에서 일하고 있는지요?

FH : 약 40명 정도 됩니다. 여기 도쿄의 본사에 8명 정도가 일하고 있고, 타이완의 공장에 30여 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웃 소싱을 많이 하니까, 실제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을 일일이 다 꼽을 수는 없죠.

-신제품을 개발할 때 제일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요?

FH : 어떤 아이템을 만들고자 해서 그 분야에 실력이 있는 회사와 접촉한다고 합시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때부터입니다. 과연 어느 공장에 하청을 줄 것인가.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죠. 카본 파이버를 예로 들어보죠. 이것을 코팅하면 분명 전자기장의 영향을 줄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아닙니다. 그런 노하우를 가진 공장을 섭외하고, 생산 과정에서 일일이 감독하고, 완성된 제품을 꼼꼼히 테스트하고 ... 아무튼 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죠. 최근에 개발한 스피커용 바인딩 포스트를 봅시다. 케이블 단자를 삽입한 후 돌릴 때, 꽉 조인 상태가 되어도 계속 공회전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무 기술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바로 이런 작은 부분까지 모두 신경 써야 애호가들이 좋아할 수 있는 제품이 되는 것이죠.
 

-일종의 컨설팅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군요.

FH : 이분들은 저희가 1988년에 창업할 때부터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곳곳에 산재하고 있죠. 당연히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는 분들로, 때론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제품화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음악을 좋아하지만, 결코 특정 장르의 음악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애호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들의 피드백이나 아이디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결국 저희가 깨달은 것은, 일체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은 순수한 전송, 그것이 최고로 추구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 한편으로 케이블이나 단자나 악세서리 모두 끝없는 테스팅의 연속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분들의 피드백이 필요하죠. 그런 여러 도움과 연구가 모여서 저희 회사의 제품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또 기회가 되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죠.

FH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