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참맛을 위한 절대 명제 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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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관련 기기, 특히 턴테이블에 대해 생각해보면 분명 CD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큰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CD 등장 이전, 그러니까 1970년대까지 만들어진 턴테이블과 CD 등장 이후, 즉 90년대 아날로그 르네상스 이후에 나온 제품들 사이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전자가 다소 로맨틱하고, 음악적이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졌다고 하면, 후자는 그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LP 특유의 로망이 아닌 다소 차갑고 기계적인 음색으로 바뀐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두 개의 큰 흐름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 해답이 소타(Sota)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타의 역사를 훑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두 개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아날로그의 침체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에 출범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1981년으로, 당시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제조하겠다는 미국 내 유일한 메이커란 점이다. 물론 그 선배로 AR이 있었지만 하이엔드급이 아니었고, 스코틀랜드산 린은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캐나다산 오라클은 비싼 제품만 만들고 있었다. 소타처럼 제품군이 다양하고,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으며, 음질도 뛰어나고, 셋업이 쉽고, 내구성이 상당한 회사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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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창업 후 소타의 주인이 두 번씩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새 주인들이 모두 디자이너 팀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잭 샤프턴이란 분은, 1991년 JRS 인더스트리가 소타를 매입할 때 JRS의 사장이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소타에 녹아들어 지금까지 디자이너로 남아 있다. 또 97년에 새 주인이 된 커크 보디넷 역시 현행 소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이 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잭과 커크 모두 아날로그 애호가 출신이 아닐까 짐작이 되고, 그런 마음 때문에 소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물론 소타의 기술력을 놓고 말한다면, 데이빗 플레처라는 디자이너를 언급해야 한다. 거의 4반세기 동안 소타와 연을 맺으면서 다양한 기술을 공급한 그는, 원래 핵 물리학자 출신으로 UC 버클리에 출강까지 했다. 그러나 오디오에 대한 관심과 높은 식견은, 다양한 부문에 걸친 신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즉, 턴테이블뿐 아니라 카트리지, 톤암 심지어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특허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런 천재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소타가 운영되었기 때문에 중간에 두 번씩이나 주인이 바뀌었어도 그 아이덴티티가 유지되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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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소타는 턴테이블의 두 개의 흐름, 그러니까 70년대까지의 낭만주의적 전통과 90년대 이후 하이테크로 무장한 제품들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했다고 썼는데, 이 부분을 좀더 설명하면 이렇다. 대체 왜 LP를 하는 것일까? 조작이 간편하고, 어느 정도의 음질이 보장되며, 다이내믹 레인지와 디테일이 뛰어난 CD를 마다하고 LP를 선택했을 때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리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CD에 대비되는 풍요롭고, 인간적인 음만을 갖고LP를 선택한다면 한계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런 맛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오디오적인 관점을 만족시킬 여러 사항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다이내믹 레인지, 해상력, 투명도, 광대역 등 그 리스트는 상당하다. 말하자면 낭만과 테크놀로지를 적절히 조화 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그 점에서 소타의 매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거기에 뛰어난 내구성과 쉬운 세팅, 합리적인 가격을 생각하면, 사면 이득이라는 오디오계 최고의 덕목에 도달했다고 평할 만하다. 그러므로 까다로운 기술적 내용에 관심이 없이 그냥 소타 괜찮아, 라고 궁금한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까 계산기를 두드리면 좋다. 그래도 못 미더운 구석이 있다면, 이 분들을 위해 소타만의 기술적인 업적을 몇 개 소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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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동이다. 아무튼 빙글빙글 음반이 돌아가는데 옆에서 탁 쳤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진동은 내·외부로 나뉜다. 우선 내부 진동부터 보자.

사실 턴테이블 자체만 해도 진동 덩어리다. 워낙 미세한 신호를 다루고, 이것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읽고 전달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나온다. 그냥 판을 올려놓고, 카트리지로 얹으면 되지 않냐 싶지만, LP에 담긴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다양한 부분에 걸친 고찰과 개량이 필요하다.

일례로 카트리지를 보자. 우리는 그냥 바늘이라고 부르는 녀석이 제대로 레코드 홈을 긁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바늘이라는 것도 엄밀히 파고들면, 스타일러스와 캔틸레버로 구분이 되며, 그 뒤에 복잡한 마그넷 구조가 따라붙는다. 이 각각의 파트 모두 진동에 취약한 바, 이를 위해 소재 자체의 재질을 개선하기도 하고, 댐핑재를 적절히 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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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턴테이블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기서 내부 진동을 이야기할 때 핵심이 되는 것이 플래터다. 이것은 턴테이블이 회전하는 축에 얹은 플레이트의 위를 덮는, 일종의 금속 원반으로, 직접 LP를 담아서 돌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소타가 투입한 것은 사파이어 소재의 베어링(Thrust)이다. 사파이어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딱딱한 소재라,
플래터의 중앙에 박힌 이 소재 덕분에 마찰이 최소화되고, 내구성이 높아지며, 쇠와 같은 물질보다 훨씬 중립적인 음을 낸다.
 
그럼 외부 진동엔 어떻게 대처할까? 여기서 포인트가 되는 것은, 플래터가 돌아갈 때 그 관성이 아무런 손상을 받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12파운드나 무게가 나가는 플래터가 군말 없이 조용히 돌게 만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착안한 것이 물리학적인 접근법이다. 사실 A라는 물체가 그 관성을 유지하려면, A보다 더 큰 중량이 나가는 B라는 물질에 의해 지원을 받으면 된다. 즉, 플래터의 관성을 지키기 위해서 이보다 더 큰 중량이 나가는 물질이 필요한 바, 소타는 서브 섀시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이 자체가 22파운드나 나가는 만큼, 플래터의 관성을 보호하는 데엔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 서브 섀시가 뭔가? 대부분의 아날로그 플레이어들은 실제회전하는 턴테이블과 이를 감싸는 베이스로 나뉜다. 소타는 그 중간에 베이스를 하나 더했다고 보면 된다. 이를 서브 섀시라 부르는 것이다. 이 자체는 댐핑재로 구성되어, 어떤 에너지라도 넉넉히 흡수하는 재질로 제작되었다. 특히 4점 지지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4점 지지라는 것은 네 개의 스프링으로 바닥을 받혀서, 마치 서브 섀시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고주파의 신호를 흡수하고, 외부의 에너지가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물론 이 자체도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역에 손상을 주지만, 그 대역이라는 것이 2.5Hz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이런 진동에 대한 기술만 갖고 최상의 턴테이블을 만들 수 없다. 이 자체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소타의 모토는‘최상의 성능을 구현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모든 부분을 없앤다’이다. 정말로 적절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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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소개할 것이 바로 속박 모드(Constrained Mode) 이론이다. 좀 번역이 이상하기는 한데, 그 핵심은 이렇다. 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해서 공진이 발생할 때 서로 흡수하는 식의, 일종의 샌드위치 구조의 재질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래터의 경우, 윗부분은 아크릴로 되어 있다. LP의 소재와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다양한 소재들이 혼합되어 댐핑 효과를 극대화한다.
당연히 플래터 위에 얹는 매트도 이런 기술이 투입되었다. 사실LP가 돌면서 발생하는 공진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일러스가 정확하게 트래킹을 하려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소타는 매트뿐 아니라 클램프에도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매트 위에 LP를 얹고 그 위에 클램프를 꼭 누르는 이유는, 마치 이세 부분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자연스럽게 공진을 감소시키고, 트래킹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공 펌프를 이용, LP를 매트에 단단히 흡착시키지 않는가.사실 처음 소타가 국내에 소개될 때 진공 펌프는 큰 화제가 되었다. 좀 심하게 구부려진 LP도 쫙 펴서 스타일러스가 읽기 쉽게 만드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런데 이 진공 펌프 기술도 계속 발전이 되어, 지금은 일종의 센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즉, LP에 따라 진공의 강도를 알아서 조절하는 단계에 달한 것이다.
여기에 모터시스템에 최상의 DC 전압을 흘리는 파워 서플라이 기술이라던가, 강한 힘의 토크를 내는 AC 싱크로 모터를 개발한 점 등, 세세하게 파고들면 언급할 만한 테크놀로지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타의 제품은 절대로 그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 얼핏 보면 다소 투박하고, 거친 듯이 보이지만, 그 안에 투입된 내용은 무척이나 하이테크하고, 선진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과거 명 턴테이블들의 유산을 잘 계승하면서도 이를 시대에 맞게 개량한 소타의 제품들은, LP의 참맛을 만끽하기엔 절대로 모자람이 없고, 그 뛰어난 내구성은 계속된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보상이 되는 만큼, 아날로그 애호가들에게 필수 장비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잠깐 맛이라도 보려고 한다면, 저가의 모델도 여럿 있으므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